죽염 "위장병·잇몸질환에 효과" / 중앙일보 / 200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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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의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2백여억원. 죽염협회에 등록된 허가업체만 45개소로 이들 회사의 관련 제품만도 1백여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그 효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죽염이 논란 대상이 되는 이유는 고혈압과의 관련 설 때문. 이 혐의(?)를 벗기 위한 죽염업체의 과학적 규명 노력이 시작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죽염의 현대의학적 가치를 조명해본다.
◇ 죽염, 소금이 아니다?
죽염은 소금을 구워 약용으로 사용한 민간 요법에서 유래됐다. 중국에선 도자기 속에, 우리나라 불가(佛家)에선 대나무통 속에서 소금을 구워 위장병 등에 사용했다.
이를 체계화한 사람이 민속의학자 고(故)김일훈(1909~92)옹. 그의 저서 '신약'에서 소금은 반드시 서해안 천일염을 사용하고, 또 소금을 넣은 대나무를 황토로 봉한 뒤 쇠가마에서 9번 굽도록 지침을 정했다.
소나무 장작으로 섭씨 8백도로 8번, 그리고 송진을 연료로 1천3백도에서 마지막 한번 더 굽도록 한 것.
서해안 천일염은 우리나라 소금이 중국.베트남산에 비해 마그네슘.철과 같은 미네랄(무기질)이 풍부하고, 나트륨 함량이 적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또 9번 굽는 과정에서 납.비소 등 불순물이 빠져나가고, 몸에 유익한 무기질이 풍부해진다는 것.
영남대 생화학과 이영희(인산생명과학연구소장) 교수는 "죽염은 소금처럼 염성을 지니고 있지만 산성인 소금과 달리 ph 11~13의 강알칼리인데다 무기질 함유량이 전혀 달라 새로운 물질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 많이 먹어도 괜찮나=죽염의 안전성을 처음 검증한 곳은 1996년 미국 하버드대 데이너파버 암 연구센터.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소금과 달리 많이 먹어도 위나 장 점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사람 몸무게로 환산했을 때 하루 30g씩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세계보건기구의 소금 섭취 권장량은 하루 10~15g. 최근 발표된 계명대 생화학과 류효익 교수의 논문도 눈길을 끈다.
일반인 14명을 대상으로 하루 15g씩 8주간 섭취케 한 결과 혈압에 유의할 만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저혈압과 고혈압을 최적 혈압으로 맞춰준 사례도 나타났다.
또 죽염 장기 복용자는 위장 속 헬리코박터균 수가 줄고, 입속 미생물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나 위장병이나 잇몸(치주)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류교수는 "죽염은 분자 크기가 소금의 10분의 1인 3백~6백Å(옹스트롱)밖에 안돼 세포막 간의 이동이 쉬운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분자 구조가 큰 소금은 혈관 내에 체류하면서 수분을 끌어당기지만 분자 구조가 작은 죽염은 생체내 흡수와 배설이 잘돼 혈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또 죽염은 소금보다 나트륨이 적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칼륨이나 칼슘이 많다는 것도 한 이유로 설명된다.
◇ 효능과 숙제=죽염의 효능은 위염.풍치.고혈압.눈병.외상 개선 및 해독 등 다양하다. 신봉자들은 암에 대한 효능도 얘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효능은 아직도 경험적 사례에 의존하거나 연구 기간이 짧고, 연구 대상 환자가 많지 않아 학계의 호응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죽염의 인체내 흡수.배설 메커니즘,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 소지 등도 밝혀내야 한다.
특히 죽염 업체가 난립하면서 불량품이 나올 개연성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맛이나 색깔 등 관능 테스트로 제품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 따라서 품질 관리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일도 죽염업계의 숙제로 남는다.
고종관 기자<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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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