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의 식품영양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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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의 식품영양학적 의미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취건반(炊乾飯, 누룽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에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병증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병 즉 열격(噎膈)은 누룽지로 치료한다. 여러 해가 된 누룽지를 강물에 달여서 아무 때나 마신다. 그 다음 음식을 먹게 되면 약으로 조리해야 한다[정전]."
누룽지가 약으로까지 쓰였던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알다시피 누룽지는 쌀로 만든다. 그렇다면 쌀이 현대인이 즐기는 인스턴트음식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어떻게 다를까?
쌀은 밀에 비해 일반성분,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성분 함량이 조금 적지만 필수아미노산 함량은 높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라이신 함량은 밀의 2배 정도나 많다. 또 쌀이 밀보다 아미노산가와 단백가가 높은 것으로 보아 소화흡수율 및 체내 이용율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 식품영양학적인 가치로서는 쌀이 밀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2001년에 농촌자원개발연구소에서 발표한 “식품성분표 제6개정판” 중 “체내이용율”을 보면 아미노산가는 쌀이 65, 밀가루가 41이며, 단백가는 쌀이 81, 밀가루가 52, 소화흡수율은 쌀이 98인데 밀가루는 86로 나와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쌀은 식이섬유의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의 자료를 살펴보자.
“쌀은 식이섬유의 작용으로 에너지를 거의 내지 않음은 물론 배부른 느낌을 주고,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시켜 비만과 변비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또 장내의 콜레스테롤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콜레스테롤이 상승됨을 억제하여 동맹경화증과 허혈성 심질환을 예방한다.
뿐만 아니다. 펙틴 등의 수용성 식이섬유는 식사 뒤 혈당량이 상승되는 것을 억제하여 인슐린 분비를 줄여주므로 당뇨병의 예방에도 유효하다. 그런가 하면 식이성 유해물질을 흡착시켜 배설시키거나 유해물질의 체내흡수를 억제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쌀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분명한 근거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쌀이 아무리 좋아도 누룽지는 쌀을 가공한 형태가 아닌가? 어떤 변화가 있을까? 농산물의 식품기능성 연구를 하고 있는 농촌자원개발연구소의 박홍주 농업연구관의 말을 들어보자.
“누룽지는 열을 가하기 때문에 열에 약한 비타민 등이 파괴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여러 영양성분을 보강한 인스탄트식품이 영양면에서는 누룽지보다 더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인스턴트식품보다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품이 사람에게 훨씬 좋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인스턴트식품보다는 누룽지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또 보통 인스턴트식품이 밀가루로 만들어지는데 우리의 몸에 잘 맞지 않는 밀가루로 만든 인스턴트식품보다는 쌀이 모든 면에서 좋기 때문에 그 쌀을 눌려 누룽지로 만들면 훨씬 소화흡수가 좋을뿐더러 쉽게 먹을 수 있어 건강에 좋은 식품임이 분명하다.”
한의학적 관점
“밀가루는 전통적으로 구황식품(救荒食品: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식품)입니다. 분명 주식은 쌀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 몸엔 쌀이 잘 맞는다는 뜻입니다.
밀가루는 서늘한 음식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흡수가 잘 안 되고, 장에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에 장을 차게 해 좋지 않습니다. 또 밀가루가 기름과 만나면 장에 지방을 많이 끼게 합니다. 그래서 기름과 만난 밀가루는 더욱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흡수가 잘 되는 음식입니다.
따라서 누룽지도 기름과 만난 밀가루음식들보다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룽지를 씹어 먹으면, 침샘에서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침이 많이 나오고, 이빨을 자극하게 되면 신장을 튼튼하게 합니다.
또 누룽지를 먹으면 턱관절운동을 하게 되는데 뇌에 자극을 주어 뇌혈관질환을 예방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