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인기화가 된 김재학씨 "회장님들 카리스마보다 선한 느낌 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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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06.16.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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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ㆍ장미꽃 등으로 유명

"그림이라는 게 배운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작가로서 기량을 닦는 것은 전적으로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어요. 독학으로 미술을 배워 30여년간 생계를 위해 미술학원,문화교실 강사로 활동하면서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34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중견화가 김재학씨(57)는 15일 기자와 만나 "1976년 군에서 제대한 후 서양화가 구자승씨가 운영하던 홍대 앞 미술학원에서 3년간 강사생활을 하면서 그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화가다. 국내 화단에서는 소위 '김재학표 꽃그림'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초상화 실력도 첫 손에 꼽힐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물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의 초상화 대부분이 그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재계 인사들의 얼굴에선 카리스마보다는 선한 느낌을 더 많이 받았어요.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특징이었으며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매력이 풍기더군요. 언론 등에 자주 등장해 친근해서 그런지 누구와 닮았는지도 금방 파악되고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초상화는 얼굴 빛깔,눈동자에서 나오는 빛의 강도를 데생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고상한 분위기는 아들 정몽구 회장도 그대로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이건희 전 회장의 경우는 유난히 도시적 이미지에다 이목구비가 잘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인천 남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달력 때문이다. "1996년부터 5년간 삼성에서 만드는 달력의 그림을 그렸어요. 우리나라 야생화는 다 그렸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그린 야생화 그림으로 전시를 했고 그때부터 전시회마다 작품이 모두 팔려 나갔어요. 그동안 마니프아트페어에 참가한 작가 가운데 제 그림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더군요. "

실제 그의 작품은 한편의 서정시 같은 감흥을 안겨준다. 화려한 '꽃' '인물' '악기' '소나무' 등 대상과 청량한 '빛'이 빚어내는 색채의 변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꽃이나 인물 등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배경 화면을 추상적으로 단순 처리한 것도 그만의 특징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담백,경쾌하게 다가온다. 김씨는 "캔버스 앞에서 독재자의 모습으로 색감과 분위기를 장악할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탄생한다"며 "그 어떤 존재와도 교감이 가능한 '품위의 미학'을 창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아름다운 만남'.장미꽃을 비롯해 소나무,인물 등 아늑하고 정겨운 모습을 뛰어난 데생으로 묘사한 정물화 작품 25점이 걸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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