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씨


홍화씨 건강법 둘째가름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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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가장 희귀한 쓰임새를 지닌 금속 백금


  수천 년 동안 황금의 인기에 가려져 사람들은 백금의 참 가치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백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귀한 금속으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백금은 연금술의 거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백금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백금은 단독으로, 또는 자연 상태에서 함께 발견되는 다섯 종류의 백금족 화합물들과 합쳐져서 갖가지 기적을 연출합니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백금을 철인(哲人)의 돌이라고 불렀습니다. 납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백금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루비를 만드는 데 무엇을 쓸까요? 또 높은 상공을 나는 제트 여객기는 무엇으로 오존을 여과하겠습니까? 장작 난로의 불꽃을 훨씬 세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만약에 백금이 없다면 식량 생산은 형편없이 줄어들고 공기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질 것입니다. 오늘날 공산품은 20%가 제조 과정에서 백금을 이용합니다.


  전투기나 미사일, 그리고 우주선은 백금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에도 백금이 쓰이고, 의사들은 암 치료약으로 백금을 씁니다. 또한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백금을 쓰고 있습니다.


백금은 희귀한 금속인 까닭에 값이 불안정 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1온스에 3백 달러 이하였던 것이 1천 달러 이상으로 값이 치솟았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기계나 공장에서도 백금을 매우 조금밖에 쓰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백금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세공품을 만드는 데에도 썼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장인들은 백금을 은의 한 종류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인디언들은 콜롬부스가 미대륙을 찾아오기 이전부터 백금을 섞어 보석을 만들었으나, 백금을 처음 찾아냈다고 기록한 것은 16세기 무렵의 스페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오늘날의 콜롬비아 초코강 유역에서 채취한 사금에 백금 알갱이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냄비에 담김 사금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백금 알갱이를 쓸모없는 것이라고 욕을 퍼부으며 하나하나씩 걷어내어 버렸습니다.


  쓸모없는 작은 은


  그들은 이것은 프라티나(Platina) 곧 작은 은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땅속에 더 오래 있으면 노랗게 변해 금이 될 것이라고 믿어 도로 강물에 던져 넣기도 했습니다. 이 낯선 금속에 대한 소문은 16세기 중엽에 유럽에까지 퍼졌습니다. 이탈리아의 학자 줄리우스 카에자르 스칼리거는 “지금까지 불이나 스페인의 어떤 기술로도 녹일 수 없는 금속이 나타났다”고 기록했습니다.


  상당한 양의 백금 표본이 유럽으로 들어오기까지는 거의2백 년이나 걸렸는데 그나마 밀수입된 것이었습니다. 유럽인 들은 이 쓸모없는 금속과 금을 섞으면 위조 금괴와 위조 금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백금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레슬리 헌터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그때 유럽의 제련 기술은 스페인 식민지의 남미 대륙보다 나을게 없었습니다. 백금은 다른 금속과 합금은 쉽게 되지만 순수한 백금으로 정제하기는 몹시 어려웠습니다. 용광로의 온도를 최고로 올리거나 불꽃을 아무리 세게 해도 백금은 겨우 작은 덩어리 하나 만큼밖에 녹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장인들은 백금을 가열할 때 비소를 넣으면 저온에서도 녹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 때의 파리의 귀금속 공예가 마르크 에띠안느 자네티는 백금에 비소를 넣어 녹여서 훌륭한 공예품을 만들었는데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가 지금도 뉴욕 메트로폴리스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욕한 귀금속 공예품들 가운데서 자네 티가 만든 설탕 그릇은 아름답고 정숙한 흰 빛을 뿜고 있습니다. 세밀하고 복잡한 무늬로 장식된 이 설탕 그릇을 만드는 데 자네 티는 목숨을 걸었다고 합니다. 백금에 비소를 넣어 녹일 때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이었습니다. 19세기가 지나서야 유럽인 들은 이‘작은 은’이 단일 금속이 아니라 여섯 가지의 원소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백금족 금속에서 순수한 백금을 처음으로 분리해 낸 사람은 런던에서 태어난 화학자 윌리엄 하이드 월레스톤이었습니다. 그는 1800년에 팔라듐을, 1804년에는 로듐을 발견했고, 그의 동료인 스미슨 테넌트가 이리듐과 오스듐을 발견했습니다. 1844년에 러시아의 화학자 칼 카를로비치 크라우스가 마지막 백금족 원소인 루테늄을 추출했습니다.


  날마다 전 세계에선 몇 온스쯤의 백금족 금속이 생산되는데, 대부분이 백금과 팔라듐입니다. 다른 백금족은 생산량이 매우 적습니다. 여섯 가지의 백금족 금속은 융용 점이 높고 산에 잘 부식되지 않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들 각각의 미묘한 차이가 현대 공업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 보기로 백금에 이리듐을 조금 보태면 융용 점이 더 높은 합금이 되며 전기 저항이 더 커지고 부식에 대한 저항력도 더 세어집니다. 백금에 백금족 말고 다른 금속을 섰어도 훌륭한 합금이 됩니다. 이를테면 백금에 코발트를 섞으면 자성이 센 합금이 됩니다.


  20억 년쯤 전에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서드버리 분지라고 하는 넓은 분지를 만들었습니다. 그 운석이 기각을 쪼개어 백금을 비롯한 광물질이 풍부한 마그마가 땅 바깥으로 흘러 나왔습니다. 지금 그곳에 복잡하게 뻗어 있는 백금 광산, 분 쇄소, 제련소 등을 보면 백금을 캐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작업을 할 때는 하루에 3만4천 톤의 광석이 채굴됩니다. 여러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몇 톤의 니켈, 구리, 코발트, 금, 은이 채굴되며 마지막으로 이광(泥鑛)이라는 볼품없는 진흙덩어리만 남습니다. 하루에 1.14리터쯤 되는 이 덩어리가 배에 실려 영국으로 건너가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값비싼 백금 속으로 제련됩니다. 해마다 10만 톤의 은과 1천 톤의 금이 자유 세계시장에서 팔리지만 백금과 팔라듐은 겨우 70-80톤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금은 캐나다, 콜롬비아,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트랜스발 주와 보푸타츠와의 홈랜드, 러시아의 북극 지방이 주요 산지입니다. 백금이 생산되는 4개 나라 가운데서 남아프리카만이 백금족을 주로 채굴하고 나머지 나라에서는 다른 주요 금속의 수요에 따라 백금족 생산을 조절합니다.


  남아프리카의 부시벨트 콤플렉스라는 곳에는 동서로 4백32킬로미터. 남북으로 2백88킬로미터에 걸쳐 많은 양의 백금족 금속이 묻혀 있는데, 그 대부분이 메렌스키 광맥에 모여 있습니다. 그곳의 한 지질학자는 어째서 그 광맥에 백금이 그렇게 많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백금족의 양이 너무 많아서 도리어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 채굴하여 갱이 깊어질수록 온도와 기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채광이 더 어려워집니다. 아마 몇 세기 안에 백금이 동이 나지는 않겠지만, 머잖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때가 올 것입니다.


으뜸가는 촉매제


  백금은 그 자체로도 귀한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신비로운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철학자의 돌’ 이라고도 부르는 이 금속은 촉매 현상이라는 마술을 통해 온갖 화학 반응을 촉진합니다.


  그렇다면 촉매란 무엇일까요? 미극 델라웨어 대학의 촉매연구소 전무인 알렉스 밀즈 박사는 어렵고 기술적인 용어 대신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했습니다. ‘촉매를 등산 안내인으로 비유한다면, 한 무리의 등산객 을 안내하여 아무 탈 없이 원하는 장소에까지 데려다 준 다음에 다시 다른 등산객들을 안내하기 위하여 되돌아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안내인이 어떻게 길을 잘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안내를 받아야 목표 지점에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은 압니다.’


  촉매는 새로운 산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적 변환을 주관합니다. 물론 그 변환은 촉매가 없을 때보다 무려 백만 배나 빠릅니다. 백금이 왜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백금은 다른 어떤 금속보다 촉매 능력이 뛰어납니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백금 자체는 화학적으로 활성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삼의 심장에 삽입하는 심장 박동 보조기의 전극으로도 백금을 씁니다.


  화학 반응식의 복잡한 도식은 예외 없이 화학에 잘 모르는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미국 뉴저지 주의 유니온에 있는 엔젤하트 인더스트리의 고장에는 초심자도 쉽게 알 수 있는 도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동차의 촉매 변환기의 사촌격인 항공기의 오존 변환기 인데 오늘날의 고공 제트 여객기에 널리 쓰입니다. 엔젤하트사의 시스템 관리자인 마틴 콜린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존은 여객기 승객이나 승무원한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오존은 원자가 하나 더 붙은 산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금변환기는 산소의 원자 한 개를 없애고 산소인 O2를 만듭니다. 떼어 낸 산소 원자 하나는 변환기에 저장했다가 다른 오존 분자가 들어오면 원자를 내보내어 오존을 정상적인 산소로 바꾸어 줍니다.”


  뉴저지 주의 카르테렛에 있는 다른 엔젤하트사의 공장에는 길이1인치에 직경 1분지 1인치의 루비막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막대기는 레이저 장치에 씁니다. 이것은 이리듐 용기에서 합성시키는데 자연산 루비보다 훨씬 순수합니다. 이리듐은 루비를 합성할 때의 몹시 뜨거운 온도를 견디어 낼 뿐 아니라 잘 부식되지 않으므로 그 속의 내용물이 오염될 염려가 없습니다.


  백금은 극비리에 제조되는 건 사용하드 우주선의 연료 전지에도 널리 쓰입니다. 백금은 이 같은 특수제품 뿐 아니라 단순한 유리제조업에까지 그 중요성이 크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첨단 산업 일수록 더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금속이 필요하다고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백금과 그 합금뿐입니다.


  자동차를 탈 때에도 백금은 우리를 위해 일을 시작합니다. 자동차의 배기 기관에 달린 촉매 변환기를 생각해 봅시다. 세라믹 허니콤은 백금 촉매로 도금되어 있습니다. 유도가스가 분출되면 이변환기가 생명체에 해가 없는 이산화탄소나 수증기로 바꾸어 줍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 질화질소, 그리고 탄화수소 따위가 섞여 있습니다. 연료 속에 들어있는 이들 혼합물은 때에 따라 많기도 하고 작기도 하며 배기 온도 역시 겨울과 여름이 다르고 시동을 걸 때와 달리 때가 다릅니다.


  자동차의 촉매 변환기는 미국에서 단일 용도로는 백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입니다. 해마다 미국에서는 계에서 쓰는 백금 양의 절반을 수입합니다. 변환기는 최소80만 킬로미터까지 주행하는 동안 견딜 수 있게 설계됩니다. 그러나 차체 밑에 붙어 있는 백금 촉매 변환기를 일부러 고장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납 성분이 들어 있는 휘발유를 넣기만 하면 고장이 나 버립니다. 몇 푼의 기름값을 아끼려고, 또는 이것을 떼어 버리면 주행 거리가 길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변환기를 떼어버리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써서 수명이 끝난 촉매 변환기는 어디로 갈까요? 대부분은 세계 제4의 백금 광으로 부르는 캘리포니아 주 산타아나의 제미인더스트리 회사로 갑니다. 이 회사에서는 고물 자동차에서 촉매 변환기를 떼어 내어 백금과 팔라듐을 화학적으로 분리하여 재활용합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장작을 때는 허름한 난로에도 이 ‘철인의돌’을 쓸 수 있습니다. 난로에 불을 땔 때 대개 30-50%의 열이 연기로 날아가 버립니다. 연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굴뚝의 안벽에 석탄산이 달라붙어 화력을 약하게 합니다. 그러나 일부 난로에는 백금이 붙은 촉매 연소기를 설치합니다. 이 장치를 설치하려면 1백50달러가 더 들지만, 장작 한 다발에서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얻을 수 있고 굴뚝을 청소하는 수고까지 덜어 줍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말번 교외의 숲 속에는 백금을 전문으로 다루는 또 다른 큰 공장이 있습니다. 이 곳의 존슨메티사에서도 뉴저지 주에 있는 다른 공장처럼 갖가지 제품을 주문받아 생산합니다. 이곳에서는 4분의 1인치 길이의 백금-로듐 막대를 사람의 머리칼 두께인 3천분의1인치 이하로 뽑아내는 다이아몬드 날을 가진 철사 제조기가 있습니다. 이 백금 철사는 방직기로 보내 조밀한 망사를 짜는 거즈의 재료로 씁니다. 백금 거즈는 비료의 주원료인 질소로 만드는 데 씁니다. 암모니아 공기를 몇 겹의 거즈 촉매제를 통과하도록 압력을 가하면 이들이 이산화질소로 바뀝니다. 이것을 물에 녹이면 질산이 됩니다.


  그곳을 지나면 또 다른 일꾼들이 무거운 백금 합금 판을 역시 백금으로 된 구멍이 뚫린 판에 용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리 공장에서 유리를 만드는 데 습니다. 유리를 녹여 뜨겁게 달아오른 백금 상자 안에 부으면 액체 유리들은 이 구멍을 통해 엿가락처럼 흘러내립니다. 유리섬유 뿐 아니라 광학 섬유도 이런 방법으로 만듭니다. 이 상자는 백금이 아니면 안 됩니다. 백금은 유리를 산화시키거나 오염시키지 않고 높은 유리를 녹일 때 나오는 뜨거운 온도를 견디어 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컴퓨터가 수백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백금의 공정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합니다. 백금 중 일부는 미세한 가루가 되어 일꾼의 작업복 세탁물에 붙어 있기도 하고 공장 바닥에 먼지처럼 흩어져 있기도 합니다. 이것을 모두 찾아내어 화학 처리하여 날마다 재생합니다. 방문자에 대한 보안 검사도 매우 철저합니다. 경배원이 먼저 방문자에게 종이 신발을 신게 하고 신발을 검사한 다음 금속 탐지기로 몸을 수색합니다. 금속 탐지기는 얼마나 민감한지 한 방문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고 생각한 윗저고리에서 벨이 울렸습니다. 종이 성냥에 붙은 작은 고정 쇠를 금속 탐지기가 찾아낸 것입니다.


  백금에 대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회사에서는 특허를 내서 기술을 누설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라이벌 회사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들은 그 기술은 즉시 활용하며 때로는 소비자한테까지도 백금을 써서 상품을 만들었다고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자기 공장에서 백금을 도둑맞을까 염려해서이기도 하지만 고객을 강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뜻도 있습니다.


  길레트 회사에서는 방문자를 철저하게 맞아들이기는 하지만 면도날에 단단한 백금-크로뮴 날을 입히는 기계는 결코 보여 주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고위 간부들도 대부분 이 기계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극비리에 운영되는 기계는 백금-크로뮴 판에 아르곤 가스가 면도날 끝을 떠다니고 있는 금속 원자를 두들겨 떼어 냅니다. 이 과정을 ‘튀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묵은 면도날에서 백금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면도날에 덥힌 백금은 두께가 겨우 백금 원자 1백 개 정도 이며 값으로 쳐도 10원의 10분지 1쯤 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백금은 오랫동안 뱃사람들을 괴롭혀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닷물 속에서도 쓰고 있습니다. 배의 선체는 바닷물 속에서 방전하는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전류가 활성이 높은 금속(양극)에서 나와 바닷물(전해액)을 거쳐 활성이 낮은 금속(음극)으로 흐릅니다. 곧 쇠로 된 방향타에서 강철로 만든 선체로 전류가 흐르는 것입니다. 전류가 흐르는 양극에는 녹이 슬어 선체가 부식 됩니다. 그래서 녹이 스는 것을 막기 위해 아연판을 선체에 붙입니다. 아연은 철보다 활성이 높아 강철 대신에 부식됩니다. 그러나 아연판 역시 오래 가지 않으므로 수시로 갈아 줘야 합니다.


  엔젤하드라는 사람이 백금을 입힌 양극을 설치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곧 선박의 전기 시스템에서 양극으로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수면 아래에 있는 모든 금속을 음극으로 만듭니다. 백금을 도금한 양극은 약한 전류 때문에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데. 이것을 몇 년 만에 한 번씩 바꾸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바다에서 냉각수를 얻는 산업체와 발전소는 해양생물들이 급수 파이프를 막아버리는 까닭에 곤란을 겪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닷물에 치명적인 염소 가스를 주입하여 바다 속의 생물을 전멸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닷물 속의 소금을 전기분해하여 치아염소나트륨으로 바꾸는, 백금을 도금한 양극을 설치하면 근처의 해양 생물의 성장을 억제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백금은 가만히 창고에 모셔 놓기만 해도 값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메릴랜드 주 게티즈버그에 있는 미 표준국은 1킬로그램짜리 백금-이리듐 합금 실린더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실린더는 같은 국제 중량 원기와 비교 검사를 받기 위해 가끔 프랑스 파리로 보냅니다. 표준국에는 이것뿐만 아니라 백금-이리듐 미터기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 시대에 이것들은 한낱 흥밋거리일 뿐입니다. 백금 중량 원기보다는 전자 측정 장치가 훨씬 더 정확하니까요.


  세계의 백금 가운데 상당한 양이 이 중량 원기처럼 아무 일도하지 않고 보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의 쮜리히에있는 보관소에는 여러 왕들의 몸값이 백금으로 예치되어 있습니다. 대개 무게 1-10온스쯤 되는 백금 덩어리들은 세계 곳곳의 안전한 저장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에서는 기업가들이 종이 백금을 사고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백금과 팔라듐을 이곳에서 거래하는데 대개 백금 값이 팔라듐의 3-4배이며 둘 다 금값이 변동에 따라 값이 결정됩니다. 인플레가 미국을 휩쓸면 백금과 팔라듐 값이 치솟습니다. 백금은 금보다 약간 비싼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월등하게 비쌀 때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전쟁이나 남아프리카 러시아에서 백금 공급이 중단될 때를 대비해서 백금족 원소를 상당량 비축해 두고 있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백금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항공기와 차량을 작동시키고 폭탄을 만드는 데 쓸 백금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백금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독일과 전쟁 중이었고 오직 콜롬비아만은 중립을 지켰지만, 그나마도 1941년부터는 백금 생산 권을 미국에 넘겼습니다. 미국과 영국 첩보기관의 철저한 봉쇄 작전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콜롬비아의 깊은 정글에서 거의 반 톤에 달하는 백금을 남몰래 빼내오는 데 성공 했습니다.


  영국의 전기학자 윌리엄 그로브는 1842년에 실용적인 연료전지를 발명했습니다. 이 전지는 1930년대에 개량되어 오늘날 우주선에 쓰고 있습니다. 그로브와 미 항공우주국에서는 다 같이 백금을 촉매제로 하여 산소와 수소를 만들어 내어 전자의 발생을 막아 전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처럼 작용하면서도 엔진처럼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한다면 소음이 없고 대기를 더럽히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연료 전지를 미국과 일본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백금은 1978년 9월 불가리아에서 영국을 망명한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런던에서 피격되었을 때 색다른 일을 맡았습니다. 암살자는 독이 묻은 미세한 백금-이리듐 조각을 흉기로 썼던 것입니다. 마르코프는 세인트제임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4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만약 대퇴부에 박힌 조각이 백금처럼 활성이 강한 금속이 아니었다면 의사들은 그가 죽기 전에 이를 찾아내어 그를 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백금조각으로 인한 염증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이 사건은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영구미제의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백금  항암제 시스플라틴


  백금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도 널리 이용합니다. 1962년 미시건 주립대학의 행화학자 바네트 로젠버그 박사는 전류가 박테리아의 번식을 억제하는가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전류가 흐르는 곳에서는 박테리아가 번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전류를 끊은 뒤에서 박테리아는 번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금을 전극 대신 썼습니다. 왜냐하면 백금은 훌륭한 전도체이며 활성이 낮은 금속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으로 박테리아의 증식을 막는 효과는 전류로 인한 것보다는 백금 자체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단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백금이 암을 치료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여러 차례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백금원자의 핵에2개의 염소원자와 2개의 암모니아 분자를 연결하여 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을 개발했습니다.


  백금의 작용은 1845년에 알려졌지만 의학적 효능은 처음으로 그때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서 백금 항암제의 효과를 실험했습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으며 런던의 이름난 암 연구소에서도 훌륭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백금 생산회사와 연구소에서 이 연구를 지원했습니다. 시스플라틴의 심한 두 가지 부작용 곧 신장 장애와 구토를 줄이는 방법이 개발되어 지금은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항암제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로젠버그 박사는 백금이 어떻게 암세포에 작용하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백금이 암세포 속의 디엔에이를 공격한다는 것에만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정도입니다. 백금 항암제는 특히 고환암과 난소암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금은 금보다 훨씬 뛰어난 가치를 지닌 금속입니다. 그러나 황금의 그늘에 가려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백금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는 백금시대


  최고급 유행 상품이 즐비한 런던의 본드 거리에서는 백금 세공장식품이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존슨메티사에서는 보석 세공사들이 백금 세공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워크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백금과 팔라듐 덩어리를 투자용으로 사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백금만 취급하는 선물 시장이 일본에 설립되었습니다.


  산업에서도 백금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영국의 신문들은 최근 영국 정부에서 납 성분이 들어 있는 휘발유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며,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백금 촉매 변환기의 설치가 불가피하므로 앞으로 유럽에 거대한 백금 시장이 새로 형성될 것입니다.


  백금족 금속의 쓰임새는 아직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를테면, 광화학자들이 물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소를 얻으려 할 때 백금이 그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체가 복잡해지고 정밀해 질수록 더 강하고 부식에 잘 견디는 금속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만도 금속의 부식을 막는 데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백금과 그 동족 금속은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금속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속 표면을 백금족으로 도금하거나 원자 100개두께로 백금을 튀겨 주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촉매재로서의 쓰임새 또한 무한히 늘어날 것입니다. 이 ‘철인의 돌’이 앞으로 어떤 기적을 연출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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